법률사무원, 책임감과 마음가짐
나의 티스토리는 소송절차와 전자소송사이트 사용방법을 알려드리기 위함이었는데,
왜이렇게 에피소드를 꺼내고 싶어지는지 모르겠다.
오롯이 컨텐츠에 집중하게 되는
이 심플한 디자인과 가벼워보이지 않는 글씨체가 뭔가를 끄적이게 만든다.
신입 3개월차 때, 어느 날이었다.
회사원의 369법칙을 아는가.
'3개월, 6개월, 9개월, 3년, 6년, 9년' 마다 쎄게 찾아온다는 퇴사욕구
그리고 업무에 대한 회의감.
그
3개월 차 때였다.
죄송하다는 말로 해결될 수 없을 만큼 중대한 실수를 했었다.
((이제는 떠오르지 않을 만큼 옛일이 되어버렸지만))
그때는 세상도 무너질 것 같았고, 내 회사생활도 무너지는 줄 알았다.
함께 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으로 대표님의 방문을 두드렸다.
대표님은 프랑스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고
내가 졸업한 대학의 법학과 교수로 재직하신 후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는 유능한 변호사였다.
그만큼 그 분이 갖고있는 카리스마가 장난없다는 얘기다.
코끝에 안경을 걸쳐놓고 나를 꿰뚫듯이 바라보셨다.
그렇게 정말 아무말 없이 소파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얼마간 시간이 지났고
난 진심을 담아 죄송합니다를 말했다.
그리고 돌아온 말씀은
'이 곳은 사람의 무언가를 지키는 곳이야.
그것은 생명이 될 수도있고 명예가 될 수도있고 한 평생의 재산이 될수도 있어.
넌 그 과정의 일원인거야. 중요한 사람이야.'
맞는 말이다.
땡, 한대 맞은 것 같았다.
한대 맞다 못해 머리가 두개로 갈라지는 듯한 깨달음이 왔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던것같다.
이 부분은 좀 최악이다.
일.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없었다는 죄스러움
이. 짤리지 않았다는 안도감
삼. 나의 잘못을 다그치지 않고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말에 담긴
신입3개월에게 향한 진심어린 조언
그 때가 없었다면 내가 회사생활에 의미를 둘 수 있었을까싶다.
법률사무원으로 일을 하다보면
굉장히 이성과 논리로 작용해야것처럼 보이고 그래야만 하는 것같지만
사실 감성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진심'이 담겨야 한다는 말이다.
의뢰인이 처한 상황이 내 일이라면
법률사무원이 어떻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사소한 부분이라도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그 한 끗이 내 회사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도 있고, 돌아돌아 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
업무시간만큼은 열심히 일하고
의뢰인을 진심으로 대하는 건
결국에 나 좋자고하는 일 이라는 말에
많은 법률사무원이 공감이 될 수 있는 때가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