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법률사무원, 책임감과 마음가짐

퇴사를 꿈꾸는 정주임 2021. 10. 23. 09:00

나의 티스토리는 소송절차와 전자소송사이트 사용방법을 알려드리기 위함이었는데,

 

왜이렇게 에피소드를 꺼내고 싶어지는지 모르겠다. 

오롯이 컨텐츠에 집중하게 되는 

이 심플한 디자인과 가벼워보이지 않는 글씨체가 뭔가를 끄적이게 만든다.

 

신입 3개월차 때, 어느 날이었다.

회사원의 369법칙을 아는가.

'3개월, 6개월, 9개월, 3년, 6년, 9년' 마다 쎄게 찾아온다는 퇴사욕구

그리고 업무에 대한 회의감.

 

3개월 차 때였다.

 

 

죄송하다는 말로 해결될 수 없을 만큼 중대한 실수를 했었다.

((이제는 떠오르지 않을 만큼 옛일이 되어버렸지만))

그때는 세상도 무너질 것 같았고, 내 회사생활도 무너지는 줄 알았다.

 

함께 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으로 대표님의 방문을 두드렸다.

 

대표님은 프랑스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고

내가 졸업한 대학의 법학과 교수로 재직하신 후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는 유능한 변호사였다. 

 

그만큼 그 분이 갖고있는 카리스마가 장난없다는 얘기다.

 

코끝에 안경을 걸쳐놓고 나를 꿰뚫듯이 바라보셨다.

 

그렇게 정말 아무말 없이 소파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얼마간 시간이 지났고

난 진심을 담아 죄송합니다를 말했다.

그리고 돌아온 말씀은 

 

'이 곳은 사람의 무언가를 지키는 곳이야. 

그것은 생명이 될 수도있고 명예가 될 수도있고 한 평생의 재산이 될수도 있어.

넌 그 과정의 일원인거야. 중요한 사람이야.'

 

맞는 말이다.

땡, 한대 맞은 것 같았다.

한대 맞다 못해 머리가 두개로 갈라지는 듯한 깨달음이 왔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던것같다. 

이 부분은 좀 최악이다.

 

일.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없었다는 죄스러움

이. 짤리지 않았다는 안도감

삼. 나의 잘못을 다그치지 않고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말에 담긴

신입3개월에게 향한 진심어린 조언

 

그 때가 없었다면 내가 회사생활에 의미를 둘 수 있었을까싶다.

 

법률사무원으로 일을 하다보면

굉장히 이성과 논리로 작용해야것처럼 보이고 그래야만 하는 것같지만

사실 감성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진심'이 담겨야 한다는 말이다.

 

의뢰인이 처한 상황이 내 일이라면

법률사무원이 어떻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사소한 부분이라도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그 한 끗이 내 회사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도 있고, 돌아돌아 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

 

업무시간만큼은 열심히 일하고 

의뢰인을 진심으로 대하는 건

결국에 나 좋자고하는 일 이라는 말에

많은 법률사무원이 공감이 될 수 있는 때가

오면 좋겠다.